[다문화 사랑방] 내 인생을 바뀌게 한 나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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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내 인생을 바뀌게 한 나라, 한국
  • 다케다 사오리(일본)
  • 승인 2021.11.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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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104)

'가까우면서 먼 나라'라고 한국도 일본도 서로 그렇게 부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11년 전 2010년 3월부터 이러한 인식으로 제 인생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한국에 놀러 가고싶어!!”라고 당시 한류펜 이었던 어머니가 갑자기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바쁘셨고 대신에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두고 마지막 봄방학을 즐기고 있었던 제가 어머니와 함께 한국여행을 오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즐거우면서도 모험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국을 너무나도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가고싶어 하는 곳은 일반 관광지가 아니라 어떤 유명한 가수의 가족이 운영하는 골목의 술집, 외국인 관광객은 절대 안가는 시골의 절 등등을 관광하는 것을 즐기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머니보다 조금 영어를 잘 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가이드를 맡게 되었지만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모르고 가보지도 않은 곳을 찾아가는 일은 어린 저에게는 난이도가 너무나 높아서 호텔에서 어머니 몰래 울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좋은 추억들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시민 여러분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냥 지도를 보면서 위치를 확인하고 있으면 꼭 누군가가 다가와 “괜찮으세요?”라고 한국어나 영어로 물어봐주셨고 “어디 가고싶어!! 길 잃었어?! 아 외국인이구나! 잠깐만 젊은이 좀 불러줄게!!”라고 하시면서 경찰관을 불러주신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길을 물어보려고 어떤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면 어느새 또 아주머니 두 분이 와주셔서 “여기 가려면 3번 출구가 제일 가까워!!”, ”아니지 여기면 5번이야 3번은 복잡해!!!”, ”여기 5번 출구로 나와서 쭈~욱 직진하면 있어요! 5번이에요 5번!!”라고 하시며 알려주셨습니다. 일본사람들과 표현방법이 너무나 달라서 놀랐지만 저는 이 순수하게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시는 모습들에 감동을 받았고 또 이런 일이 한 분도 아니고 여러 명 있었다는 것에 두 번 놀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나라에선 어디를 가더라도 누군가가 도움을 주신다”라는 안도감이 생기고 그 동시에 제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이 한 마디도 못했던 것이 아쉬워서 귀국해서 바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17년 11월, 저는 첫 여행에서 7년 걸쳐서 드디어 일본어교사로 다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길은 쉽지 않았고 고민이 많아 우울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주로 일본유학을 희망하는 고등학교 3학년생입니다. 그 때 첫 한국여행을 한 저와 동갑인 학생들인 셈이지요.

일은 힘들었지만 1년이 지나고 학생들이 일본대학교에서 대학생이 되고 방학 때 다시 학원에 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활기차게 일본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동시에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저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지금의 저는 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있을까!'를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한국과 일본은 가깝기 때문에 갈등이나 문제들이 많아 관계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한국사람들의 정이 와 닿았고 마냥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제가 노력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때 저를 우연히 만났을 때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어떤 분들과의 만남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설레임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늘 제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답니다. 더 나아가서는 제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은 이제 저 한테는 “가깝고 먼 나라” 가 아니라 “가깝고 가까운 나라입니다”. 저는 제 나라인 일본도 사랑하지만 한국생활이 제 정서에 잘 맞는 한국도 일본만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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