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풍 가을 운동회 때면
꼭두새벽에 일어나 만드신
엄마표 김밥은
계란, 오이, 당근, 시금치만 넣었어도
특별한 맛이었다
골골거리며 살아왔지만
지금까지도 건강했던 건
우리 엄마가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한 고기를 첨가하지 않은
청량한 김밥을
정성으로 고수하였기 때문이었나
엄마는 계란후라이와 멸치 김치볶음으로만
도시락을 싸주셨지
아랫동네 시장통 애들 마냥
소불알 만한 소시지 한번
싸준 적 없는 엄마의 도시락을
그때는 원망하였지만
쉰이 넘어 예순을 바라볼 나이에도
그토록 기차게 먹음직했던
정성이 듬뿍 담긴 엄마표 김밥이며
도시락은 늘 삼삼하다
늙은 엄마처럼
단풍이 떨어져
앙상한 마른 나뭇가지를 보며
무심한 세월이 흐를수록
엄마의 손맛은 더욱 그리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