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녁 명찰 홍매의
연분홍빛 단장소식이
제법 장엄하다며
스치는 바람이
귓전에 일러 주네
그토록 목 빼고 기다린 봄이
왔어도
또 다시 봄은 왔건만,
감흥은 그저 무덤덤하고
이 식어 버린 회색빛 도시에는
여전히 쓸쓸함만이 감돌 뿐
봄이 떠나면
그 때에나 아쉬워하며
그 떠난 봄을 절절히도
그리워 하려나
삶이란 숙제를
다 풀지 못하고
보내야 하는 이 시절은
마냥 허뜻해서인가
채워지지 않는
어떤 허전함만이
가슴 한 구석에 맴돌고있네
싱그런 연두빛 계절로
가는 길목 언저리 쯤에서
또 다시 후회스런 감정만
요동 치리라
가끔은 속타게
그리운 이를 찾아
텅빈 거리를 헤메고 있었지만
그도 내심은 쓸쓸하였으리라
상처에 소금 뿌린
그 감정도 잠시 잔잔해 진다
차거운 밤이오면
잔에 온기가
따듯하게 전해지는
곡차를 뎁히리라
간절하게 원하던
그 모든일들도 결국은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덧 없는 인간사의 일 이어라
세상이 허무하다며
뒤 틀리고
늘 건조한 심사도
아주 바짝 말라버려
살짝 건드리기만 하여도
바스러질 것 같아라
이리저리 헤메던 번뇌 한 자락
푸른 하늘에 내 던지고
무심코 홀짝 뎁혀진 술잔에
입술을 머금으며
봄날의 어느 시름이
성큼 저 멀리도
아련히 떠나네
익숙한 듯 살뜰히도
정겨운 어느여인네
둔부같은 푸근함이여
화사한 그 연두빛 싱그러움이여
어서 창을 기웃거리렴
또 한철을 보낸
아쉬움으로 가슴을 졸이며
헛된 꿈을 또 마냥 쫒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