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면 정말 거의 내용이 ‘망한 사람’ 이야기입니다. 사랑에 망하고, 사업에 망하고, 결혼에 망하고, 시험에 망하고, 병에 망하고, 누구 하나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고 거의 다 슬픈 이야기뿐입니다. 그런데 끝에 가면 보이지 않던 길이 다시 이어집니다.
누구든 힘든 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인내력은 참 무지무지합니다. 그런 걱정이나 슬픔도 생각만큼 어렵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보입니다.
금년 여름 날씨가 유별났습니다. 폭염에다가 8월 내내 6월 장맛 비처럼 비가 내려서 포도와 과일 재배하는 농부들의 한숨 소리가 심장의 박동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이제 시간이 지나 가끔 구름 사이로 삐져나오는 한 가닥 햇볕이나 불어오는 바람 줄기가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밭에 가서 봄부터 여름 내내 장식했던 가지나 오이, 축 처진 고추를 걷어 냈습니다. 지난 광복절에 씨를 뿌렸던 무는 한참 크는 초등학생처럼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합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 《빨강 머리 앤》에서 주근깨투성이 앤이 하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내일부터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태풍이 한반도에 몰려온다고 합니다. 지난여름이 그러하듯 그 태풍도 우리가 견딜 수 있는 크기일 것입니다. 다 지나가는 ‘우연을 기다리는 힘’만 가지면 됩니다. 그 일은 시간이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악몽 같은 지난여름에 연연하지 않고, 오는 미래를 염려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합니다. 행복한 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날이 아니라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일 것입니다. 빨강머리 앤이 “이런 날,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니?” 말하는 것처럼 행복을 그려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 기다림이 행복이라는 긍정의 마인드,
바로 이 순간 행복을 일깨워 주십니다.
모두가 다 잘 이루어 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