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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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 였다
  • 탄탄(불교중앙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 승인 2022.09.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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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개가 사람을 물었다고?
개는 간혹 사람을 물기도 한다지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당연히 빅뉴스꺼리지
사람이 개를 물어서
전치 5주쯤의 상해진단이 나와봐,
호사꾼들의 입방아 쉴 틈이 없지
어떤 개같은 인간에게
내가 된통 물려서
내 인생이 날아가거나 폭망한다면
나도 그 인간을 어찌해야 할까
사느냐? 죽느냐?
어쩜 나도 그 개를 물어야 하나
갈기 갈기 물어서 죽여야 하나
큰 뉴스가 되겠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개같이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나도 늘 궁금하였다
내 꼬리뼈를 만져보며
전생에 나도 개였을까 
만약 개였다면
후각 촉각이 뛰어난
사냥개였는지도
꼬리는 퇴화하여 
겨우 겨우 사람의 몸을 가까스로 얻었지만
인간계에서 늘 있어왔던
이전투구 개싸움에
또 장렬히 뛰어들어야 하는 나날은 공포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매시간 가슴은 철렁여서
정신건강도 거의 황폐화되어 간다
내가 개였을때에
나도 그토록 잔인하였을까?
형제자매도 물어뜯어 죽인
그런 황당하고
잔인무도한 개 였을까?
겨우 사람이 된 나는 늘 의문이 인다
개였을 때, 내가 개였을 때,
'의리와 충성을 다한 개'였을 것이야 하고 자위한다
붉은 태양이 지는 초원을 힘껏 달리며
양떼를 몰던 순한 양치기 개처럼
바람을 거스르며
언제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그때의 개 보다도 더 외로운 인생일줄이야
차라리 전생의 개였을걸 하고
또 다시 내 꼬리뼈의 흔적을 만져보며
그때를 회상한다
충성을 다한 내 주인께서
다음 생에는 꼭 사람이 되거라 했던 슬픈 축원으로
이제 사람의 몸뚱이를 얻었으나
내 꼬리뼈는 늘 내 전생을 기억한다
내가 온갖 죄를 지어
저 아름다운 사람을 아프게 한 죄며
청춘을 헛되이 보내고
병든 몸이 되어
갈 곳도 머물 곳도
살아온 날 들의 가물가물한 기억조차도 
아 이제는 돌아갈 길 조차도
희미해져서 하늘에 뜬 달을
무심히 바라보며 컹컹컹 짖고만 싶다
내가 눈물 흘리며 울다 간 마지막 자리에
내가 사라져 간 그 자리에
파란 달은 외로이 떠있다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탄탄(불교 중앙 박물관장, 적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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