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우리는 부모 자식 간 인연에서 위대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상태바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우리는 부모 자식 간 인연에서 위대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10.21 09:2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싯다르타는 인생의 참 길을 찾기 위하여 고민하는 귀족의 아들입니다. 싯다르타는 말과 글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지 못하자 모든 것을 버리고 수행자로 나서기로 합니다.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허락할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선 채로서 지새웠습니다. 하룻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출가를 허락합니다. 시간이 흘러 싯다르타는 고행길을 걷다가 나중에 쾌락의 길로 들어서고, 그것의 덧없음을 깨닫고 한적한 어느 강가에서 나룻배 사공으로 살아 갑니다.

그가 타락했을 때 어느 기생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아들이 반항하고 못된 짓을 하지만 그래도 부자지간의 정을 느낍니다. 나중에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 못하고 반항하다가 돈을 갖고 도망치지만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싯다르타는 어느 날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봅니다. 자신 또한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떠돌아다니다가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자신을 떠올리며 이 모든 것이 숙명임을 깨닫습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고 더 속 깊은 인간으로 ‘깨달은 자’가 되어갑니다.

대부분 60세 이상인 조합원들은 증여와 상속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제 마음 비우고 정리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70이 넘어가는 농사로 먹고사는 농민들은 이제 농사 규모를 점점 줄여 나갑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농사지을 자식이 없나요?"

"있기 있지만....."

"싫어하는데 강요할 수는 없고....."

"나 역시 농사 싫다고 아버지 손을 뿌리치고 가출한 사람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던 사업도 실패하자 고향으로 들어왔어요."

“이제 자식이 마음 바꾸기를 그저 기다리죠.”

그도 자식을 보면서 젊은 시절 자신을 보았습니다. 갈등과 고뇌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뱃사공 싯다르타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세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부모 자식 간 인연에서 위대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유자적 2022-10-25 09:59:00
내리 사랑이 맞나 봅니다.
위에서 빚지고 아래에 배풀고 ㅎㅎ

마중물 2022-10-22 19:00:44
부모 자식의 관계는 어떤 조건이나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도 천륜의 정으로 맺어진 관계이기에
사랑과 희망을 바탕으로...
자식은 부모와 연이 끝날때까지
무한사랑과 무한책임으로 남이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세대가
역사상 마지막으로 부모를 봉양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자녀에게 버림받는 세대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앞으로는 자식들에게 봉양을 기대하기보다는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부모에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곱배기 2022-10-22 10:37:50
아! 위대한 존재가 따로 있는것이아닙니다. 바로 내 곁에 있었네요. 부모생존에 다 못한 아쉬움이 마음을 적실즈음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