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최악의 도시는 사람들의 접촉을 막는 도시입니다. 아파트처럼 고층건물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같은 층에 살면서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일상을 만들어 냅니다. 철통같은 입구나 담장을 설치하여 동네에 돌아다니는 것을 가로막거나 함께 즐길 녹지 한 뙈기 없는 풍경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사는 환경을 더 적대적으로 만들고 우리도 그 안에서 더욱더 적대적으로 변해갑니다.
인간과 소통한 개의 가축화를 예로 들면서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두려움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고, 무례하지 않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자신과 닮지 않은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지 소유에 아주 집착합니다. 농지가 이웃한 사람들이 자기 땅을 이유로 오래된 통행로를 다니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거나 해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분쟁을 종종 목격합니다. 옆에 길을 두고도 먼 길을 돌아가고 뚝으로 무거운 농자재를 들고 아슬아슬하게 다닙니다.
우리가 무르게 열린 부분이 결코 약점이 아닙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의 의견처럼 적자생존(適者生存)은 틀렸다고 봅니다. 진화(進化)의 진정한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습니다. 저 자신 객관의 탈을 쓰고 자신이 가진 편견과 이기심을 무책임하게 정당화하지는 않는가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