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나의 첫 한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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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나의 첫 한국생활
  • 조연경이염걸(중국)
  • 승인 2022.11.15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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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154)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한지 8년 되었는데 시집살이는 처음인 중국사람입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8살 아들이랑 6살 딸 하나 있습니다.

중국에서 계속 살다가 지난 4월 23일에 남편만 중국에 두고 애들 데리고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아들 병원치료 및 애들 교육문제 때문입니다.

결혼한지 오래 되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지낸 날이 30일도 안 되었을 것입니다. 명절에만 나왔다가 바로 돌아가서 시댁에서 생활한 적 없었고 애들도 시댁 식구들과 많은 접촉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이 성격이 좋고 잘 해줄거라고 남편이 계속 그렇게 얘기하지만 나는 과연 내가 시집살이에 잘 적응해서 살 수 있을까 걱정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버님하고 어머님께서 직접 공항에 마중 나오셨는데 아버님은 다리 수술 때문에 불편하시고 금요일이라 차도 많이 막혀서 발도 다 붓고 많이 힘들어 하셨습니다. 무거운 짐을 옮기는데 저보고 쉬라고 혼자 다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제가 감동 받았습니다. 내가 애들데리고 처음 시댁에 와서 신세를 진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조심스럽고 불편했습니다. 항상 드라마에서 보이는 고부갈등이라든가 무슨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니까 이런것들은 그냥 내가 혼자 괜히 걱정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어머님이 밥상도 맛있게 다 차려주시고 집안일도 안 시키고 항상 ‘앉아라, 쉬어라, 좀 누워서 자라. 이것 좀 더 먹어라’ 많이 하셨습니다. 아버님도 애들 뭐 좋아하나, 내가 뭐 좋아하나 매일 물어보고 다양하게 사다주시곤 했습니다.

제가 몸이 안좋다고 하면 영양제도 바로바로 알아보고 사다주셨습니다. 너무 챙겨주시는 시아버지 사랑을 어머님은 질투도 하셨습니다. 시누이 둘이 있는데 애들 옷이며 장난감이며 과자며 매일같이 사다주시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애들 심심 할까봐 주변 공원에 바람쐬러도 가고 재미있게 놀아주셨습니다. 가족들이 따뜻하고 사랑을 주기 때문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처음 왔을 때 불편하고 걱정도 많이 하고 혼자만 속으로 답답했던 것들 때문에 눈물도 자주 흘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제 마음이 풀렸습니다. 진짜 가슴이 찡한 아버님 어머님한테서 고백도 받았습니다. 어머님께서 옛날에 시집와서 시어머니 안 계셔서 혼자 다 하시고 고생을 많이 하셔서 나한테 일도 안 시키고 고생 안하고 편안하게 살게 해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웃으시면서 우리 둘이 재미있게 살면 되지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말 들을때 마다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말씀이 없으신 아버님도 보기처럼 그렇게 차가운 분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님이 안 계시면 청소도 도와주시고 애들과도 많이 놀아주시고 따뜻했습니다. 나한테 ‘어려워하지말고, 자기 집처럼 생각해라 시부모라고 생각하지 말고 친부모라고 생각해라 등등 서로 사이좋고 편하게 살자고 ’ 몇 번이나 말씀해 해주셨습니다. 눈물 날 정도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친정집에서도 받지 못하고 누리지 못했던 것들이 한국 시집에서 다 느끼고 있으니까 남편한테도 ‘걱정하지 마라, 나는 시댁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잘살고 있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내가 남편 없이 외국에 나와서 고생만 할까봐 걱정을 많이 하는데 내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게 다들 신기하고 놀랍다고 말들을 합니다. 우리 한국 식구들 덕분에 나는 행복하다고 자랑할 수 있습니다.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으니 대화 되고 나가서도 혼자 한글도 불편없이 읽고 찾을 수 있어서 많이 답답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안 살아봐서 불편한 것도 많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공지 보내오면 하나하나 읽어보고도 뭔지 모르는 것이 많았고 아들 병원 가는데도 잘 못 알아 들을까봐 시누이랑 같이 다녀야했고 나가보면 길도 잘 모르겠고 한국말 표현이 마음대로 안되는 것들도 많아서 한동안 나는 말만 통하는 바보같다고 생각하고 많이 우울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하는 것도 대단하다, 외국에 애 둘 데리고 나온 것도 대단하다. 한국 음식도 매일같이 먹는 것도 대단하다.” 이렇게 나보고 잘하고 있다고 대단하다고만 칭찬하고 격려해주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한국 온 지 벌써 5개월 다 되어가네요. 가족들하고도 많이 친해지고 한국생활도 많이 익숙해져서 마음도 많이 편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다 적응하고 살려면 아직도 부족하고 공부할 것들이 많겠지만 나는 두렵지 않고 잘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왜냐? 든든하고 따뜻한 우리 가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원래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내가 우리 가족들에게 감동 받고 고마워하는 그 마음은 내가 얼굴 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내가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글로 표현해봤습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는데 우리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보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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