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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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11.21 09:2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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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김장철입니다. 하나로 마트에서도 절임배추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김장 배추는 긴 겨울 주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장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배추는 겉과 속이 다릅니다. 겉으로 보이는 배춧잎은 온갖 날씨와 씨름하면서 살아온 배추의 얼굴입니다. 파란 겉모습과는 달리 보통 배춧속은 샛노란 것도 있고, 흰 것이 있습니다. 빨리 무르지 않는 탓에 김장용으로는 속이 흰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인간도 배추와 같이 겉과 속이 다를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이 있습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는 말처럼 남에게 보이는 외적 성격을 뜻합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 연극 무대에서 가면(假面)을 썼습니다. 가면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때문에 연기하는데 편리함이 있습니다. 평판이나 지위가 타인에 의해 평가되는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인 가면을 써야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마치 연극처럼 연극 판에 부여된 배역에 지나지 않습니다. 능숙한 배우가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을 연기하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페르소나가 자신의 맨얼굴이라고 믿습니다.

페르소나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우리에게 맨얼굴 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불행히도 맨얼굴이 건강하지 않으면 가면을 벗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진짜의 모습을 들킬까 봐 걱정합니다.

강원 산골짝이 고랭지 같은 일교차가 큰 지역의 배추가 저장성도 탁월하고 맛도 좋다고 합니다. 고랭지 배추는 아침저녁으로 천당과 지옥을 맛봅니다. 인간도 고통과 고난, 번뇌를 거쳐야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이 됩니다.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자 배철현 님의 말씀처럼 날카로운 도끼를 자기 앞에 겨누는 훈련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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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배기 2022-11-30 07:15:17
우리의 생활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외적 경향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조합장님의 현명한 가르침으로 페르소나를 과감히 벗어 버리고
청순한 자기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

마중물 2022-11-22 14:35:59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가면을 쓰겠지만,
남들은 정말로 나에게 관심이 없다,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으로....
조합장님 존경합니다.

희숙 2022-11-22 07:53:09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무한공감 합니다.
욕심을 버리면 맨 얼굴도 맑겠지요~^^
마음에 다가온 좋은글에 감사함은 더하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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