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자신이 왜 살고 싶은지 명백하게 말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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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자신이 왜 살고 싶은지 명백하게 말할 수만 있다면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12.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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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배추 수확이 끝났지만 밭에는 여전히 농작물이 남아 있습니다. 늦은 가을날 심은 마늘입니다. 요즘같이 추운 날 텅빈 벌판에서 홀로 남아 눈보라 휘날리는 강추위를 견디어내는 마늘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서양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고 눈을 흘기지만 우리만의 먹거리는 아니었습니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그려진 벽화에 마늘이 나오는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적부터 식재료로 쓰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마늘이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굳건하게 버티는 비결이 무엇인가 궁금합니다. 마늘의 주성분은 알리신(allicin)으로 항균과 항암에 효과가 있습니다. 눈 보라치는 벌판에서 푸른 잎을 간직한 채 견디는 것이 아마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빅토르 프랑클(1905-1997)은 유대인으로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갇혀 경험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정신과 의사로서 느끼는 인간의 심리상태를 1946년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자전적 수기 형태로 써놓았습니다.

죽음의 수용소는 1분 1초도 인간의 존엄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어느 날 독가스로 죽어가는 처지였습니다. 그가 산다는 것은 감내하는 것뿐입니다. 미래가 없는 극도의 절망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고초 속에서도 삶을 이어갈만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살아야만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마늘에게 산다는 것이 큰 고통일 것입니다. 마늘에게 살아갈만한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매일매일이 위기인 척박한 삶 가운데 무엇이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힘인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철학자 니체(1844-1900)는 자신이 왜 살고 싶은지, 왜 그 길을 가야 되는 지를 명백히 대답할 수 있다면 모든 고난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그냥 성공하고 싶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일 것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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