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후발주자의 급성장, 디자인 선도도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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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후발주자의 급성장, 디자인 선도도시 ‘우뚝’
  • 양민규 기자
  • 승인 2022.12.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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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디자인진흥원 출범 3년 성과

산업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2006~2008년 광주, 부산, 대구가 잇따라 지역 디자인진흥원을 설립하고 지역산업 육성에 나선 이유다. 대전은 한참 뒤인 2020년 3월에야 대전디자인진흥원을 설립한 후발주자. 하지만 개원 3년을 3개월여 앞둔 지금 대전디자인진흥원의 위상은 결코 낮지 않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30여 년간 거의 모든 보직을 섭렵한 이 분야 최고의 베테랑, 윤병문 초대 원장을 영입해 빠르게 선두를 추격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으로 지역산업을 육성하고, 지역 디자이너를 양성하며, 궁극적으로는 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바꾸는 ‘디자인 문화’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전디자인진흥원 3년의 성과를 짚어봤다.

출범 2년 7개월 만에 예산 633% 증가

윤 원장은 개원을 한 달여 앞둔 2020년 2월 취임하자마자 디자인 거점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대전테크노파크 부지 내 비어있던 청사에 기반시설을 갖추고 기자재들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역 소재 중소기업, 디자인기업, 출자출연기관장 등 간담회만 30여 차례 진행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50여 차례 만났다. 지역에 맞는 사업방향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였다.

2020년 3월 진흥원 개원과 함께 윤 원장은 ‘디자인 선도도시 대전’ 실현과 ‘미래 디자인·과학기술 디자인 융합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러면서 ▲디자인 주도 혁신(Design Innovation) ▲지역경제 활성화(Local Economy) ▲시민 삶의 질 향상(Life Quality), 이른바 ‘DLL’을 가치경영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출범 이후 2년 7개월이 흐른 2022년 12월. 10명으로 시작한 대전디자인진흥원은 현재 31명(계약직 13명 포함)으로 인력이 늘어났고, 예산 규모만 633% 증가했다. 국·시비 사업예산이 2020년 첫해 5개 19억 8천만 원에서 17개 125억 원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내실도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다. 2022년 대전광역시 기관 경영평가 1위(가 등급), 산업통상자원부 2021-2024년 사업화기반 구축 연차평가 1위, 2022 국민디자인정책 우수과제 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 등을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일류디자이너양성사업을 통해 진흥원이 선발해 교육한 지역 대학생들은 국제어워드에서 금상 등 다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윤병문 원장은 올해 전국 지역디자인진흥기관장협의회 회장에 선출돼 대전진흥원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기업지원+디자이너 양성+공공디자인 3각 체제 구축

대전디자인진흥원이 빠르게 기반을 다지고 15년 이상 먼저 설립된 타 지역 진흥원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한 배경은 뭘까.

우선 조직 내 깊이 뿌리내린 가치공유체계를 들 수 있다. 진흥원은 매주 또는 격주로 디자인씽킹 랩(LAB)을 열고 있다. 임직원이 함께 모여 전문가 강의를 듣거나 발표하며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소통의 장이다. 기관 설립 이후 지금까지 70여 차례 마련됐다. 부서별 업무추진계획을 공유하는 주간업무회의는 기본이고 부서별 현안업무 세부추진방안을 논의하는 현안업무공유회의, 경영전략회의가 매주 열린다.

지역산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대전에만 디자인기업이 350개, 충청으로 지역을 확대하면 700개사가 넘는다. 윤 원장은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업지원프로그램의 틀을 짰다. 산업부로부터 국비 32억 원을 확보해 지역기업의 디자인 R&D를 지원하고 디자인융합정책을 개발하는 대전·충청권 디자인사업화 기반을 구축 중인 게 대표적이다.

지역의 디자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공동 활용해 중소기업들의 상품디자인을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디지털디자인 인프라 구축사업, 과학기술융합 디자인 혁신을 지원하는 지역기업 수요 맞춤형 디자인 개발지원 사업, 강소기업 맞춤형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는 기업 성장단계별 디자인 고도화 지원 등도 진행 중이다.

대전에는 13개 대학, 29개의 디자인 관련 학과에 4천 800명이 재학 중이고, 매년 1천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이는 윤 원장이 취임과 함께 전수조사를 통해 파악한 통계다. 하지만 고용률은 51.8%로 전국 평균(62.5%)보다 10%p 이상 낮다. 지역인재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 윤 원장이지역 청년디자이너 취·창업과 교육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온 이유다.

행정안전부와 시비 14억 원을 확보해 지식재산(IP) 청년인재들을 채용 지원하는 사업은 물론 대전·충청지역 KDM 코리아디자인멤버십 플러스 등을 통해 지역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 3~4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도 운영 중인데 대표적인 게 한화이글스 굿즈 개발 사업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디자인 사업도 본격화됐다. 최근 개관한 대청호 생태놀이터 효평마루가 대표적이다. 1997년 폐교된 동명초등학교 효평분교를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을 통해 지역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하드웨어가 구축된 만큼 앞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주민과 관광객의 접점을 만들어 활성화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시비 12억 원을 투입, 디자인적 관점에서 다양한 도시문제를 찾고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시민참여형 도시생활실험(리빙랩) 운영, 대전 한의약특화거리 K-힐링상품 개발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윤병문 원장은 “지금까지 3년은 기업지원 중심의 산업디자인 지원정책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 3년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디자인혁신사업,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을 통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해 대전시 민선8기가 추진하는 세계일류경제도시 기반구축과 명품도시 완성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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