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장 일류경제도시·명품도시, 디자인으로 지원”
상태바
“李시장 일류경제도시·명품도시, 디자인으로 지원”
  • 양민규 기자
  • 승인 2022.12.21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nterview] 윤병문 디자인진흥원장
윤병문  원장
윤병문 원장

사람이 생로병사의 자연법칙을 따르듯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도 필연적으로 노후화과정을 겪는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위기가 화두가 된 현재, 인구감소는 이제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도시들에서도 일자리가 부족해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내적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근대도시 대전도 예외는 아니다. 민선8기 대전시정이 추진하는 ‘일류경제도시 대전’, ‘명품도시 대전’이란 구호에는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 도시 간 생존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디자인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 일자리 때문에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대전디자인진흥원 윤병문 원장이다. 디자인이 도시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30여 년간 근무하셨더라고요. 개발지원팀 부장, 디자인경영실장, 역량강화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섭렵하신 전문가신데요, 그동안의 노하우 때문일까요? 후발주자인 대전디자인진흥원이 빠른 시간 내에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1990년에 한국디자인진흥원에 입사해서 30년간 20여개 부서의 관리책임자를 맡았습니다. 그 경험과 노하우가 대전디자인진흥원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된 게 사실입니다. 저를 포함해 전 직원이 백지상태에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상태였는데요, 경험 덕분에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정책을 수립하고 집행과정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었고요.”

30년간 한국디자인진흥원에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을 꼽으신다면?

“정부예산을 처음 유치해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디자인 혁신상품개발 사업을 12년간 추진했던 일입니다. 이 기간 중 약 1만개 기업의 디자인을 개발했고요, 그중 약 6,600건이 상품화됐습니다. 사업 완료 후 3조 4천억 여원의 매출 증가가 이뤄졌죠. 90년대 초 디자인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디자인의 중요성을 기업과 국민들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큽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자인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과거에 비해 디자인 산업의 달라진 가치와 위상을 많이 느끼실 것 같은데…

“산업디자인통계조사에 따르면 디자인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2014년 69조원에서 2018년 120조원으로 2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디자인이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죠. 디자인이 더 이상 마케팅과 기업경영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질서를 만들어가는 창의 산업이 된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하이퍼커넥션), 초지능(하이퍼인텔리전스), 초산업(하이퍼인더스트리)인데요, 즉 기술발전을 통해 그전에 없었던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다고 봐야 합니다. 이때 기술과 인간을 연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디자인이 수행하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변화에 따라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설립된 걸 텐데요, 진흥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디자인진흥원의 역할은 크게 4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는 미래디자인 혁신기반 구축입니다. 우선 지역 중소기업들과 디자인기업들이 활용 할 수 있는 시설·장비와 지역전문가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기업 디자인 역량강화인데요, 지역특화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디자인개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죠. 공정거래 환경 조성 등 디자인 산업의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디자인 융합인재 양성과 취·창업입니다. 지역의 학생과 미취업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이 원하는 현장맞춤형 디자인 교육을 제공하고, 취·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체험형 디자인 사업과 공공디자인인데요, 행복한 공간 만들기 등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사업을 정부예산을 확보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전디자인진흥원이 대전·충청권의 디자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설립됐는데요, 지역 디자인 전문회사들과의 교류와 소통이 중요하겠어요?

“2020년 3월 업무를 시작하면서 지역디자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산업현장으로 뛰어다녔어요. 총 30회의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디자인 정책을 현장 의견을 수렴해 수립하기 위해서였죠. 특히 디자인지원 사업, 교육사업, 공모전 등 모든 사업을 추진하기 전 수시로 디자인기업협회 회원사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많던가요?

“지역의 중소기업과 디자인기업들은 지역의 과학기술 특화기업과 첨단산업에 대한 디자인 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대전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고요. 작년에 디자인기업지원 사업이 16개 5억 원 규모였는데요, 올해는 국비까지 확보해 81개 약 14억 원으로 5배 이상 확대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전·충청지역 디자인 전문회사는 수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디자인 전문기업이 8,800개사에요. 그중에서 대전·충청지역은 604개입니다. 비중으로는 7%정도 되겠네요. 특히 충청지역의 50%가 대전에 몰려 있습니다. 지역 디자인전문회사의 직원 수는 2~4명이 62.0%로 가장 많고요, 5~9명 16.3%, 1인 기업도 15.7%입니다. 기업의 디자인 부서 직원 수는 2~4명이 44%로 가장 많은데요, 1명만 있는 회사도 35.3%나 됩니다. 전체의 약 80% 정도가 4인 이하의 소기업 규모라고 보시면 됩니다. 디자인에도 분야가 다양한데요, 약 70%가 시각디자인입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많은 편인데요, 제조 기업 수가 적은 것도 있지만 신제품 개발보다 마케팅을 위한 디자인과 컬러, 브랜드 광고홍보물 편집디자인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죠.”

전문기업들이 대개 소규모여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겠네요. 지역 디자인 전문회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 신기술 및 신산업 비즈니스 수행 경험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요. 대전은 과학도시이고 첨단산업 인프라가 상당히 잘 갖춰져 있는데요, 디자인 분야의 참여도는 극히 저조하고 미흡합니다. 대전시와 대전디자인진흥원이 이 부분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죠. 대전지역의 R&D 사업화 건수 및 사업비 집행규모가 전국 2위인데요, 전략적으로 지역 디자인기업들도 디자인개발 용역에서 디자인 컨설팅, 서비스개발, 리서치, 미래전략 개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합니다. 디자인이 대전의 과학기술과 지식서비스 산업과 융합한다면 지역 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할 테니까요.”

대전·충청지역 디자인 전문회사라면 누구나 진흥원의 문을 두드려도 되는 거죠?

“물론입니다. 디자인 회사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 제조기업도 많이 찾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디자인은 이미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다양한 디자인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제고하고, 디자인을 전략적인 경영수단으로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역특화산업과 디자인기업 간 융합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고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연고산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대전 한의약특화거리를 중심으로 한 K-힐링 한방상품 개발·활성화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2년차 사업이 진행 중이고요, 내년까지 사업을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한국형 치유상품을 개발해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 게 최종 목표인데요, 전국 3대 한의약 거리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디자인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 마케팅도 지원해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일류디자이너양상사업을 통해 선발한 지역 대학생들이 국제어워드에서 대거 수상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사업인가요?

“우리 지역에는 대학이 많고 디자인 관련 학과에서 졸업생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요, 고용률은 전국 평균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미스매칭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산업부 예산을 지원받아 세계일류디자이너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 대학 디자인 관련학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맞춤형 디자인-첨단기술 융합형 산·학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데요, 우리 진흥원이 선발한 학생들이 세계 4대 국제디자인공모전인 미국 스파크디자인어워드에서 금상 등 12건의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공공디자인에도 중점을 두고 있잖아요? 최근 개관한 효평마루라든지…

“대전시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을 적극 유치한 결과입니다. 폐교된 동명초등학교 옛 효평분교를 활용해 생태놀이터와 지역주민들의 농산물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었어요. 이장우 시장께서 지적하셨듯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프라 기반은 닦았으니 이제 주민 스스로 운영해나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과 관광객이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나가야겠죠. 효평마루 통합 브랜드를 만들어 오백리길 투어 등과 연계도 하고 지역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습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취임과 함께 일류경제도시, 명품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민선8기 대전시정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나갈 생각이신가요?

“지금까지 3년은 기업지원 중심, 즉 산업디자인 지원정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그 기반을 닦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소액 다수과제를 뿌리는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도화단계에 진입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지원 사업 고도화야 말로 일류경제도시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원-상품화-경제 활성화의 선순환이 구축되면 민선8기 대전시정이 추구하는 일류경제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산업디자인 지원정책 고도화와 함께 앞으로 3년은 공공디자인과 도시디자인 활성화에 무게중심을 둬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대전의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하는 거죠. 살기 좋은 도시, 시민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도시가 되려면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 두 축이 작동돼야 합니다. 요컨대 앞으로 3년은 산업디자인으로 세계일류경제도시를, 도시·공공디자인으로 명품도시를 만드는 데 대전진흥원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