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자연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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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자연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7.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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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 체로키 인디언들의 삶의 지혜를 그린 포리스트 카터(1925-1975)의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에서 숲속 오두막집에서 사는 할아버지는 손자인 ‘작은 나무’에게 자연의 이치를 가르칩니다.

“탈콘매가 느린 메추라기를 잡아간다. 그러면 느린 놈들이 자기를 닮은 느린 새끼들을 낳지 못하거든. 매는 자연의 이치대로 살아가는 거야. 메추라기를 도와주면서 말이야.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가난하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는 구둣방 주인 시몬과 잡일을 거들어 주면서 하늘에서 온 천사 미카엘이 살아갑니다.

천사는 6년 전 자신은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두 여자아이가 어느 아주머니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아버지는 나무를 베다가 쓰러지는 나무에 압사당하고, 어머니도 산후 후유증으로 얼마 후 세상을 떠나자 젖먹이 쌍둥이 아이들을 위해 하느님께 자식이 살아가지 못할까 봐 차마 눈을 감지 못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재고해 달라고 천사는 하느님께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 쌍둥이 자매가 구두를 맞추러 이웃 아주머니 손에 이끌려 가게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들은 그 아주머니의 양녀로 구김살 없이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천사는 “인간은 아무리 약자라도 사람들의 사랑으로 살아가는구나”를 깨닫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요즘 무더운 날씨에 켐벨 포도농가들은 포도 알을 속아내고 봉지를 쌉니다. 알 중에서 다른 것보다 작거나 모양이 빠진 것을 골라냅니다. 건강하고 아담하고 예쁜 알만이 살아 남습니다. 살아남는 자가 결국은 강한 자라는 약육강식(弱肉强食)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이 여기서도 통용됩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라지만 선택하여 버리는 포도 농부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숲속 오두막집 할아버지가 ‘작은 나무’에게 가르쳐준 대로 크게 보면 자연적 생존을 위한 ‘사랑’입니다. 결국 자연도 인간세계처럼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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