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스마트 농업과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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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스마트 농업과 멋진 신세계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5.30 09:4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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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업은 자본주의와 최첨단 과학기술이 융합된 대규모 투자로 식물공장이 세워지고 대량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작물에 가장 필수적인 영양이나 온도, 습도, co2 배출량 등 생장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필수적인 햇볕조차도 형광등이나 LED를 이용하여 광합성 작용의 생육 조건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신(神)의 영역이었던 자연이 과학 발전 덕분에 인간(人間)의 관리 안으로 일부 들어와 조작되고 통제되는데 뜨거운 대지와 호흡했던 자연의 산물처럼 자연다운 독특한 맛을 낼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는 1932년에 공상과학소설 《멋진 신세계》를 발표하고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겨우 34층 밖에 안되는 나지막한 잿빛 건물. 정문 입구 위에는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라는 현판이 걸렸고, 방패꼴 바탕에는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세계국가로서의 표어가 붙어있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일을 하고 가족을 꾸려 인생을 살아갑니다. 삶의 순간들이 의사결정의 연속으로 평화스러운 마음보다는 걱정이나 불안이 항시 상존합니다. 우리에게 행복이란 걱정이나 불안 없는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우리가 막연하게 꿈꾸었던 이런 세상이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봅니다.

《멋진 신세계》에서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문명세계는 우리가 상상한 새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인간을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처럼 부화-습성 훈련 총본부에서 인공수정으로 대량으로 낳고, 양육과 교육은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집니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조작으로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지능에 따라 사회 지도층인 알파 계급부터 베타, 감마, 델타, 일만하는 하류층인 앱슬론이라는 계층을 만들어 신분이 결정되고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결정됩니다. 그들은 계급에 맞춘 세뇌교육으로 서로가 반감을 갖지 않도록 순치됩니다.

결국 동일한 하나의 전체주의 공동체로 인간의 존엄성은 상실하고 그 대가로 안정성을 얻게 됩니다. 고민이 있으면 소마(SOMA)라는 마약과 같은 것을 먹고, 현실로부터 휴식을 갖게 하고, 고민 없이 평안하게 마냥 행복감을 느끼게 합니다.

《멋진 신세계》에서의 공장형 인간은 인간의 주체성이 상실된 채 안락한 삶을 살고, 자연스럽게 태어난 사람들은 ‘야만인’으로 분류하여 특별 보호구역에서 불편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야만인들은 오히려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나는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식물공장 속 자라나는 채소류를 보면서 첨단과학이 자칫 인간의 주체성을 상실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바로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불어 사는 영(靈)적인 인간이 사라지고 하나의 기계부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신은 시험관 아기나 인공수정을 하는 우리를 어떻게 볼까요.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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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배기 2022-05-31 11:26:48
신은 인공수정을 보고 진노할까요? 아님 과학의 위대함에 놀랄까요? 둘다 놀라기는 매 한가지 아닐런지요? 오늘도 어김없는 화두를 던지십니다!~^^

유유자적 2022-05-30 21:26:26
많은 생각을하게 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중물 2022-05-30 20:52:29
만물이 물흐르듯 태어나고, 자라나서 사라지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던 시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편리성을 가져왔지만,
인간성을 상실하게되어
인간도 하나의 기계부품처럼 느껴짐이
아쉽습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문명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은 ???

생각하지 싫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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