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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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자화상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3.22 10: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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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시절, 어느 교수님 방에 들어가면 장욱진(1917~1990)의 그림이 떡하니 벽면에 걸려 있었습니다. 장 화백의 그림이 피카소 같은 날카로운 추상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많이 생략된 한국적 이미지라고 느꼈습니다. 단순하고 여백이 많았습니다. 

장욱진의 그림 《자화상》을 보십시오. 
보통 자화상이라면 자신의 얼굴 모습이지만,
그는 삶을 향한 자신의 철학인 심상(心象)을 그렸습니다. 
오로지 하나의 길, 단순한 삶이 묻어납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이제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뜻입니다. 
더 이상 복잡하게 얽힌 세상사를 무시하고, 
오로지 화가로써 자신만의 외길을 가겠다는 의지입니다.

《장자(莊子)》 「외편(外編)」 달생(達生)에서 
막힘없이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달생이란 뜻은 삶을 잘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데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몸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려면 
먼저 세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세상 일에 휘말리지 않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마음이 편해지면 몸도 다시 살아납니다.”

미술이 삶의 전부이며, 
지독한 술꾼인 장욱진은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심플하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리겠다. 
남는 시간은 술로 휴식하면서······.”

이제 조합장이 된지 만 3년이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을 갖기 위하여 
얼마간에 걸쳐놓은 관계를 싹둑 잘라 버렸습니다. 

많이 마음을 비우고 널널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로지 느지막이 잡은 농협을 위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을 소모하면서 ······. 
 
시간이 있으면 
자전거 여행과 독서, 농사일로 보낼 것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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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2022-03-26 12:54:04
국회의원...
동구청장님...
대학교수님...
조합장님...ㄱ
.
.
.
모두가 같은분 이었지만,
그동안의 어떠한 직업보다도
몸에 꼭맞는 편안한 옷처럼
잘 어울리십니다.

리더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청색 점퍼 차림의
조합장님 모습이
빛이 납니다.

곱배기 2022-03-25 16:46:59
자화상 참 특이합니다. 머리 한 귀퉁이 쎄게 칩니다.
좋은 그림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여백으로 산다는 것 참 의미심장하고 본받고 싶습니다.
오늘도 한 수 배우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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