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식량안보와 농민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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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식량안보와 농민기본소득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2.07 13: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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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作, 도라 마르의 초상, 1937년, 파리 피카소미술관

소더비 경매에서 최고가격으로 낙찰되는 거장 피카소(Pablo Picasso)의 그림은 아름다운 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파카소의 여섯 번째 연인 《도라 마르의 초상》을 보면 한 시점에서 보이는 대로 초상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앞에서 본 얼굴과 옆에서 본 얼굴이 그림 속에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사실 우리 얼굴도 한 가지 표현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갈등이 겹쳐진 다중적인 형상입니다.

인간은 생산의 주체로 오랫동안 자리 잡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소비의 주체로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사회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0년 전에 《노동의 종말》을 예언했습니다. 엄청난 기술의 발전은 일손을 덜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노동자를 대신하는 ‘노동자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도화된 경제성장은 늘어만 가도 노동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일거리는 점점 더 소수에게로 집중되고 실업자는 늘어가기만 합니다. 당면한 과제는 정부가 새로운 노동력을 끌어내는 데 있지 않고,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있도록 수입을 보장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주는 데 있습니다.

2000년 전 로마는 아프리카 북부지방 카르타고를 점령한 뒤 많은 양의 밀을 그곳으로부터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산물의 가격이 너무 떨어져 본국의 농민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었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거리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 실업 문제를 빵과 서커스라는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공짜로 빵을 나누어 주고, 검투사 시합 같은 화려한 볼거리로 민중의 불만을 잠재웠습니다. 로마제국은 실업 급여라는 빵과 각종 복지혜택이라는 서커스를 동원했습니다. 시민은 오직 소비자로서만 가치가 있었습니다. 실업자들은 최소한도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이런 과정을 통하여 기본소득 개념과 필요성을 알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기본소득이 단순히 빈곤을 면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적 곤란을 이겨내고 새로운 출발을 마련해 주는 제도라고 이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농민은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너무 적게 내려도, 날씨가 너무 더워도 너무 추워도 전전긍긍합니다. 하룻밤 새 올라온 태풍으로 1년 농사를 망치고, 철 따라 찾아오는 전염병으로 자식처럼 키운 가축을 잃고 판로마저 끊기는 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도라 마르의 초상》처럼 한 인간의 얼굴에 여러 층의 근심이 서린 직업은 농민입니다.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소위 농민 기본소득제라는 농민에게 상시화된 재난지원금입니다.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여 자칫 외면하기 쉬운 농업을 지속 가능한 식량 안보의 역군이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명칭이 농민수당이든 공익 직불금이든 기본소득제이든 상관없습니다. 농업은 우리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역사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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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신호 2022-02-10 12:53:00
"농업은 우리의 어머니 이기도하고,
역사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농업도 경영이고,
우리의 생존권인것 입니다.
명칭이 무엇이 되었건
생존권은 보장 되어야겠죠?

특히,
농민들이 농사짓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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