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멋진 아내 당당한 엄마로 다시 태어났어요”
상태바
[다문화 사랑방] “멋진 아내 당당한 엄마로 다시 태어났어요”
  • 이성화(중국)
  • 승인 2019.09.18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 (1)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혼인 비중은 8.3%에 달하고 있으며, 다문화 출생의 비중도 5.2%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문화 인구 역시 이미 100만 명을 넘어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적응에 대한 일방적 강요보다는 상호 동반자적인 관계가 절실해진 이유입니다.

이에 밥상뉴스에서는 대전시 비영리자원봉사단체인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 시리즈를 마련하고, 그들의 삶과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기고자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사진은 게재하지 않으니 이해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 길림이 고향인 조선족 동포 이성화라고 합니다.

제 기억 속에 제향은 조선족과 한족이 공존하는 작은 시골마을이었습니다. 한족 친구들은 같이 잘 어울려 놀 때도 있었지만 조금 뜻이 맞지 않으면 저희 조선족 아이들을 고려인이라고 놀려대곤 했죠. 그때부터 조금씩 정체성의 혼란이 왔던 것 같습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란 나라가 오기 전까지는 무척이나 궁금하였습니다.

중국 청도에 있는 직장에서 중국주재원으로 파견 나온 남편을 알게 되었고 첫 만남부터 많이 설레고 호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통역 일을 하다 보니 업무상 대면할 일도 많았고,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하는데 있어서도 여러 가지 도움 줄 일이 많았습니다.

남편은 늘 한결 같았고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얀 목장갑을 끼고 기계를 다루면서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그땐 그렇게 멋져 보였습니다. 그렇게 사랑이 싹트고 8년이라는 긴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하고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 정착한 서울 구로동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국사회의 모습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지만 아담하고 정이 넘쳐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고 상냥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외국인 아닌 외국인지라 처음 한동안은 밖에 나가기조차 두려웠습니다. 모든 사람이 저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고,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버스 승하차하는 방법을 몰라서 하차 벨도 누르지 않고 내리겠다고 해서 기사님께 호통을 당하기도 했고, 시골 어머님께서 캔커피 통에 들기름 넣어준 걸 모르고 마셨다가 장이 꼬여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하는 등 지금 생각하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에피소드가 참 많았습니다. 그렇게 한국 생활은 시작되었고 지금은 많이 적응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결혼 8년차 주부이자 8살 아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되고 나니 아들한테 부끄러운 엄마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당당해지고 싶었습니다. 앞전 직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고민 끝에 국가전문자격증인 행정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녹록치 않았습니다. 어렵게 1차 과목인 민법·행정법·행정학개론에서 합격했습니다. 그때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눅 들어 있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저에게 긍정적인 힘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2차 논술시험에 들어가서는 혼자와의 싸움에서 몇 번 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남편이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남편의 믿음과 응원으로 합격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치열했던 경쟁률을 뚫고 2017년 드디어 제5기 행정사 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저는 저처럼 한국에 시집 온 우리 이주 여성분들, 그리고 멀리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외국 노동자분들을 위해 한국에 체류하면서 자주 부딪치게 되는 행정업무 관련, 예를 들어 한국 체류, 취업, 이민, 통번역, 또한 한국 체류하면서 겪게 되는 고민 등에 대한 상담과 관련된 일을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시작하기 위한 계획을 지금 조금씩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저는 언젠가 제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 남편한테 멋진 아내, 아들한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자 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아토피를 이기는 면역밥상
우리 단체를 소개합니다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풍경소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