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도망치고 싶던 한국음식… 이젠 없어서 못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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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도망치고 싶던 한국음식… 이젠 없어서 못 먹어요!”
  • 부이티응옥탄(베트남)
  • 승인 2019.09.23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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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4)

오늘도 우리집 식탁에는 다양한 한국음식이 있습니다. 불과 3년 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음식들입니다. 4년 전 결혼해서 한국에 온지 벌써 3년 반 정도 지났습니다. 너무도 낯선 한국에 와서 문화도, 언어도, 사람들도 달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음식이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와서 남편이 밥상을 차려줬습니다. 된장찌개, 김치, 깻잎, 햄, 계란 프라이, 오징어 젓갈 등... 남편은 정성을 다해서 차려줬지만 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된장 때문이었습니다. 그 된장 냄새 때문에 다른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도 남편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으라고 주었습니다. 미역국, 김치, 깻잎 등 여러 가지 반찬이 있었습니다. 전 용기를 내어 깻잎 한 장을 먹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음식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도 강한 깻잎 향 때문에... 한국음식은 모두 이런가!!! 정말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한국 오기 전에 친정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을 밥상에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밥에 베트남 반찬으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에서 먹는 고향음식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생활은 시작됐고 고향에서 가져온 음식들은 점점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모임이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전 솔직히 겁이 났습니다. 아직 한국이 익숙하지도 않고 무슨 음식을 먹을지도 몰라서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을 의지하고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남편과 간 음식점은 TV에서 보던 일본 스타일 음식점이었습니다. 바로 횟집이었던 것입니다. 전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횟집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익히지 않는 음식을 먹지?!

전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도망갈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는 한국 그리고 대전이기 때문입니다. 전 할 수 없이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남편 친구들은 너무도 뜨겁게 절 반겨줬습니다. 식당에 안자마자 바로 음식이 나왔습니다. 다양한 익히지 않은 생선과 밑반찬... 전 다른 사람들이 먹는 모습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남편친구 한명이 저에게 회 한 점을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한국에서 술 거절과 음식 거절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한참을 거절했지만 결국 회 한 점을 먹게 되었습니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한 점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 정말 맛있는 것입니다. 쫄깃쫄깃하고, 고소하고, 담백하고... 회와 약간 매콤한 고추냉이의 향과 간장향이 어울려 환상적이 맛을 내었습니다. 그 후로 전 상추에 싸서 회를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거기에 있는 밑반찬도 다 맛있었습니다. 비록 회가 일본 음식이지만 여기는 한국이기에 한국 음식이라 생각했습니다.

흠, 한국음식 맛있는데? 그 때부터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 때부터 전 다양한 한국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평소 요리를 잘해서 다양한 음식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잡채, 돼지갈비, 김치, 닭갈비, 찜닭 그 외에 다양한 밑반찬 등 한국 음식은 베트남 음식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약간 매우면서도 달콤하고 많이 짜지도 않고, 그리고 깊은 맛이 있습니다. 전 베트남에 있을 때 정말 짜게 음식을 먹었습니다. 과일을 소금에 찍어먹자 남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한국음식 맛있습니다. 그리고 더 맛있는 것은 바로 치킨입니다. 양념치킨, 프라이드 치킨, 간장치킨 등 그 중에 간장치킨이 정말 맛있습니다. 간장치킨은 베트남에서도 성공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가 있지?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남편과 남편 친구의 결혼식에 갔습니다. 남편은 친구와 간단하게 인사하고 바로 식당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왜 결혼식을 안 보고 바로 식당에 가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한국에서는 ‘다 그래!’ 하고 대답했습니다. 전 이게 한국문화라 생각했습니다.

남편과 간 식당은 식당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뷔페였습니다. 전 처음으로 뷔페에 갔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음식들... 정말 배가 터질 정도로 먹었습니다. 정말 너무도 맛있었습니다. 여기는 음식 천국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맛있는 한국 요리에 빠져 지금은 한국요리 만드는 것이 즐겁습니다. 저는 많은 한국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찌개, 밑반찬과 요리들... 다양한 음식 중 저는 찜닭을 잘합니다. 남편 친구들이랑 친척 분들이 모두 맛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베트남음식 생각이 없습니다. 한국 음식이 너무 좋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50Kg 이었던 제 몸무게가 지금은 60kg 정도 나갑니다. 휴~~~ 그게 다 한국의 치킨과 맛있는 요리 때문입니다. 운동을 한다고 하는데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다이어트가 안 됩니다.

처음에 냄새도 싫었던 된장 지금은 없어서 못 먹습니다. 된장찌개를 먹으면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깻잎은 아직까지 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도전하겠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부대찌개를 끓여줘야겠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소리가 너무 좋네요. 며칠 있으면 결혼기념일입니다. 남편이 좋은 뷔페에 가자고 했습니다. 전 벌써부터 너무 기분 좋습니다. 전 뷔페가 너무 좋습니다. 아참! 그리고 횟집도 너무 좋아합니다. 지금은 여름이라서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보! 내 생일은 횟집으로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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