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밥 먹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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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밥 먹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 멍징(중국)
  • 승인 2019.11.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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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24)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멍징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온 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10년 전에 내가 살던 고향을 떠나 멀리 한국으로 와서 이젠 여기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대보다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시부모님이랑 같이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생활습관이 달라서 언어나 문화적인 차이로 서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많아지고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아침을 간단히 소화하기 쉬운 콩국, 각종 죽 종류, 삶은 계란이나 샤오둥빠오 국수를 먹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불가능해요. 아침부터 찰밥이나 잡곡밥이 대다수고, 국과 찌개를 먹는 게 저한테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그렇게 먹다 보니 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저는 처음에는 매운 음식이 입에 안 맞았어요. 한번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려고 온 가족이 칼국수 집에 갔는데 매운 칼국수와 김밥뿐이었어요. 가족들이 다 잘 드시는데 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맵고, 눈물 콧물 서러운 마음에 먹는 것을 포기하고 굶고 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느 날 제가 감자볶음을 하는데 어머님이 저한테 “좀 많이 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두고 먹어도 되지 않냐?”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조금씩 해서 바로 먹고 먹는 것을 원했는데 한국에서는 음식을 해서 오랫동안 냉장고에 두고 먹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나 전 어머님께 왜 음식을 조금씩 해야 하는지 설명해드렸어요.

중국에서는 한 끼라도 맛있게 먹을 만큼만 하는 문화라고, 냉장고에 두고 먹으면 맛이 떨어지고, 또 중국에서 음식을 차갑게 먹는 습관이 없다는 풍습을 알려 드렸습니다. 그 뒤로도 중국의 풍습과 문화생활 차이, 종종 명절음식 등으로 대화가 많았습니다.

같이 살면서 저의 잦은 실수로 오해보다 웃음이 가득 찬 집안 분위기였습니다. 지금은 그 빈자리가 너무 허전하고 아쉽습니다. 그래도 같이 산 날에 많은 가르침 덕분에 저의 솜씨도 승승장구하면서 애들이나 남편이 집밥이 최고 맛있다고 항상 칭찬받으면, 가끔 마누라가 해주는 반찬에서 엄마 손맛이 느껴진다고 말을 하는 남편으로 인해 무척 뿌듯합니다.

우리 남편과 딸, 아들 정말 사랑스럽고 정말 사랑하고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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