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외국인 엄마의 늦깎이 대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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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랑방] 외국인 엄마의 늦깎이 대학생활
  • 마츠하시 나오미(일본)
  • 승인 2019.12.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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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31)

저는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일본사람입니다. 지난해 3월에 충남대학교 심리학과에 학부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왜 가정이 있는 제가 대학에 입학했는지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결혼 당시부터 남편한테 ‘대학에서 무엇인가 관심이 있는 것을 깊게 배우는 것을 어떠냐’고 계속 권유를 받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 와서 몇 년 동안은 생활에 적응하는 것과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고, 4년의 세월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부모교육학교에 다니면서 취미활동도 즐기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작년에 외국인지원 기관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엄마들이 대학생활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등록금인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그때까지 사회활동을 조금씩 하면서 등록금을 마련했습니다. 입학원서는 외국인전형으로 복잡한 구비서류를 3개월 전부터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졸업 후 진로, 지금까지 일어났던 어려운 일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4개를 한국어로 써서 제출했습니다.

필기시험은 없고 면접고사는 심리학과의 교수님 두 분과 진행되었습니다. 합격통지를 받았을 때는 정말 기쁘고 안심했습니다. 상사와 동료들의 응원을 받아서 직장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3월에 입학 후 바로 대학생활이 시작됐습니다. 튜터제도를 통해서 도우미 학생과 소통하거나 학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해서 학교 분위기를 맛볼 수 있어서 적응하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던 것은 학교의 정보화시스템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절차나 수강신청, 수업 자료준비는 온라인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학교 전용 휴대폰 앱이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으면 학업에 지장이 생깁니다. 젊은 학생들은 바로바로 익힐 수 있는 반면에 저는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걸렸습니다. 몇 번이나 혼자서 연습해보거나 주위 학생, 직원분들에게 물어보거나 해서 한 달 후는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젊은 학생들과 잘 어울려 학교생활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편이라서 특히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동기들과 바로 친해져서 저를 예쁘게 ‘언니, 누나’라고 불러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외국인이고 게다가 나이가 많은 저에게는 예의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동기 중에서도 한 명만 저한테 “혹시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라고 말해준 학생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주 기뻐서 “당연히 좋아요”라고 상냥하게 대답을 했지만 그 학생도 역시 낯설어서인지 언니라고 잘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배려는 고마웠지만 동기들이 예의 있게 긴장한 목소리로 “나오미 씨”라고 부를 때마다 저는 속으로는 섭섭했습니다.

그럴 때 제 마음을 알아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학생상담센터 선생님과 한 선배였습니다. 제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줘서 서운한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제 상황과 젊은 학생들이 저한테 배려해주는 마음이 있는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상담센터 선생님과 그 선배 덕분에 지금은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수도 있다는 답을 찾아냈습니다. 아직 만나서 얼마 안 되는 사이지만 4년의 시간을 같이 지내면서 서로 가까워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학과 학생이나 외국인 학생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깨에서 힘을 빼게 되어서 마음이 편해져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생으로서 공부를 잘하고 싶어도 가정생활을 하면서 따로 공부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수업에 출석해서 과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언제나 성실하게 수업에 출석해서 진지하게 듣는 것을 지켰습니다. 중간고사 당일 둘째가 열이 나서 아침에 병원에 데려다주고 아슬아슬 시험을 본 적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성적은 나쁘지 않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학생 중에서 성적 순위로 교내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제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장학금과 원래 하고 있던 강사활동을 하면서 2학기 등록금을 전액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바쁠 때 이해하고 집안일 등 협조해준 남편과 아이들한테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가족을 더욱 챙기고 싶어졌습니다.

방학 때 참여한 대학생 외교캠프는 잊지 못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아주 유익한 경험으로 진로에 대해 넓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대학 생활은 2년이나 남아있습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족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더 유익한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노력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동기들이 “나오미 언니”, “나오 미누나”라고 불러줄 때를 기다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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