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랑방] 시부모님과의 첫 해외여행
상태바
[다문화 사랑방] 시부모님과의 첫 해외여행
  • 사이토 카요코(일본)
  • 승인 2019.11.11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하는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23)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혼인 비중은 8.3%에 달하고 있으며, 다문화 출생의 비중도 5.2%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문화 인구 역시 이미 100만 명을 넘어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적응에 대한 일방적 강요보다는 상호 동반자적인 관계가 절실해진 이유입니다.

이에 밥상뉴스에서는 대전시 비영리자원봉사단체인 다문화가족사랑회와 함께 ‘결혼이주여성 한국생활 정착기’ 시리즈를 마련하고, 그들의 삶과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기고자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사진은 게재하지 않으니 이해를 바랍니다.

 

저는 결혼을 한지 11년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해서 한국에서 생활한 시간은 6년 정도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 5년은 일본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2013년 10월에 한국으로 귀국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한국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올해 여름휴가를 통해서 한국며느리로서 큰일을 해냈습니다. 한국의 며느리라고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일까?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한국며느리로써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김치를 잘 담그는 것, 두 번째는 남자 아이를 낳는 것, 세 번째는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는 우리 일본에서는 없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결혼한 남편은 장남이자 외아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뭐든지 잘 해야 하는 입장인데, 저는 김치도 담글 수 없고, 두 딸아이의 엄마이고, 나머지 잘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지금까지 일을 많이 하셔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여행은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지만, 본인의 시간이 여의치 않아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시아버지의 칠순 생신도 있어서 어머니가 여행에 대해 말씀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시부모님은 해외에 가보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일본에서 생활할 때 첫째 딸아이를 보러 한 번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느낌은 많이 들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시누이와 같이 계획을 갖고 3년간 여행적금을 들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사이 작았던 아이들도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새롭게 집을 사서 이사를 하고, 새로운 자동차도 구입을 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사이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습니다.

여행적금을 들고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래서 올해 드디어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일정을 짜기 시작했습다. 10명의 모든 가족들이 함께 가는 여행을 고려하여 가까우면서도 즐겁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홍콩과 마카오로 여행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시부모님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모든 스케줄을 가족중심으로 맞추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사를 통해 투어로 여행을 하니 자유시간과 원치 않은 기념품 가게도 많이 방문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시어머니가 마음에 들어 하신 펜던트가 있어서 환갑과 생신 여러 의미로 선물로 사드렸습니다. 시어머니가 처음에는 사양을 했지만, 고맙게 받아주셨습니다. 시어머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내 물건을 살 때의 기쁨보다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호텔의 한방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이 여행의 4일간은 두고두고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 입에 오르고 내리고 하는 즐거운 추억거리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4일간의 해외여행을 다녀온 건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저에게도 편하고 즐거운 여행으로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 며느리로써 해야 할 일을 조금이나마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기쁘고 내 자신에 뿌듯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는 시어머니가 건넨 이 한마디 “카요코 정말로 고마워~”였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대전의 고택
인물로 본 충남역사
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