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사도 도(道)를 닦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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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사도 도(道)를 닦는 자세가 필요하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19.10.3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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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행정고시, 구청장, 국회의원, 공기관 임원, 교수까지, 평생 변화무쌍한 삶을 개척해온 그는 2019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동대전농협 조합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인생의 결실을 거두고 다시 흙으로 돌아온 그.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다른 열매를 위한 새로운 싹도 틔웠다. 초보 농군의 길에 들어선 임영호 조합장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들춰본다.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좋은 씨앗을 골라 심고, 풀이 나지 않도록 매주고, 가끔은 비료도 주고, 벌레도 잡아주고 하면서 끊임없이 사랑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잘 되다가도 가을 추수기에 들어가면 태풍이 올라와 하루아침에 망가진다.

도시농부들은 이럴 때 급실망 한다. 농사는 적자고 낭패감만 안겨준다고 불평한다.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고 한다. 세상사 중에 최선을 다할지라도 자기 힘으로 되지 않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농작물이나 우리 인간이나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최선을 다하되 하늘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흐르는 물처럼 되는 대로 유연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농사도 도(道) 닦음과 다름이 없다. 노자(老子)의 《도덕경》 48조에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다. ‘僞學日益(위학일익), 爲道日損(위도일손), 損之又損(손지우손), 以至於無爲(이지어무위)’. 지식 추구의 길은 더하고 쌓아 가는 길이요, 도 닦음의 길은 덜어내고 없애가는 길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無爲)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도 닦음과 지식 추구의 길은 다르다. 도 닦음의 길은 덜어내고 없애 가는 것(損)이지만 지식 추구의 길은 더하고 쌓아가는 것(益)이다.

덜어내고 없애야 할 것은 무엇인가. 헛되거나 지나친 욕심을 문제 삼는다. 무욕(無慾)이다. 인간에게 지식과 욕망은 주고받는 관계이다.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하여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고 원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덜어내고 없애가는 도 닦음과 같은 마음공부를 통하여 도구적이고 계산적인 지식과 과도한 욕망을 덜어내야 한다. 오늘날 교육은 지식에 대하여 쌓고 더하는 것만 가르칠 뿐, 축적해 놓은 지식 중에서 탐욕과 허위의 도구로 전락된 것들을 덜어내지는 않는다.

농사를 짓다 보면 농사짓는 지식은 쌓고 더해간다. 거기서 나온 욕심은 풍년의 기대만큼 높아간다. 덜어내고 없애가는 농사의 삶도 생각해야 한다. 진짜 농부는 빈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늘의 새가 먹어도, 벌레가 잎새를 갉아먹어도, 태풍이 와서 과일이 떨어져도 마음 편해야 한다. 이런 마음의 소유자를 장자(莊子)는 ‘참사람’이라 했다.

농사도 도를 닦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음을 비우고,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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