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와 농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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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와 농업의 위기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9.11.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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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행정고시, 구청장, 국회의원, 공기관 임원, 교수까지, 평생 변화무쌍한 삶을 개척해온 그는 2019년 3월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동대전농협 조합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길에 들어섰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인생의 결실을 거두고 다시 흙으로 돌아온 그.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다른 열매를 위한 새로운 싹도 틔웠다. 초보 농군의 길에 들어선 임영호 조합장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들춰본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 개발도상국 지위는 자국의 농산물 보호를 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을 허용하고 있다. 외국 농산물에 대하여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경쟁력이 떨어진 분야에 대하여는 보조금 같은 지원정책을 쓸 수 있다. 이제는 그런 농업 보호주의 정책은 안 된다.

주말농장 수준의 조합원들은 별로 관계가 없지만 농사가 직업인 전업농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다. 얼마 전 이사회를 끝내고 식사 자리에서 포도농사를 많이 짓는 이사 한 분이 큰 걱정을 했다.

“큰일입니다.”
“모든 지원이 끊길지 모르는데 큰일입니다.”
“농사지으려고 들어왔던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쌀값은 그대로인데…”
“한국농업을 미국에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죠.”

세계화를 주창하는 자들이 세상을 이끄는 주류세력이다. WTO 회원국은 모든 종류의 보호주의 정책을 아예 금지시킨다. 이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과 환경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잇속을 추구하기 위하여 각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초국적 기업의 작품이다. 이들은 국경은 과거의 산물이라며 국경 없는 세계에 대하여 말한다. 다국적기업에게는 이익이겠지만 나머지 세계는 재앙이다. 한마디로 외국기업의 자유이다.

노예 해방으로 유명한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보호주의와 자유무역의 본질을 명확히 했다. “우리가 해외 제품을 사면 물건은 우리가 갖지만, 돈은 외국인이 가진다. 하지만 국내 제품을 사면 물건과 돈 모두 우리가 갖는다.”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Helena Norberg Hodge, 1946~ )가 지은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세계화로 인하여 처참하게 피폐해져 가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해발 3000m의 라다크(Ladakh)의 모습을 적시했다. 1970년대 중반 라다크는 갑자기 외부 세계에 개방된다. 라자크의 지역 경제는 붕괴되고, 서구의 소비주의를 미화한 광고로 인하여 자신들의 문화를 한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빈약한 자원과 혹독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생태적 지혜를 통해 천년이 넘도록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온 라다크가 서구의 경제침략 속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경제주권을 상실하고 사회적으로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농민들은 농사를 짓기가 더욱 어려울 것 같다. 우리 농산물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가 더 낮아지면, 값싼 외국 농산물이 판을 칠 것이고, 농업인구는 줄어들고, 농촌은 황폐가 될 것이다. 식량주권은 다국적 기업이 가져가고 우리는 수입 곡물로 살아가야 한다.

결국 우리의 살길은 무엇인가? 설사 효율성이 떨어져도 미래를 위한 행동양식은 ‘지역화’이다. 어떻게 이것을 이어나갈까 고민의 시간이 왔다. 농업만큼은 우리의 것이고, 지역의 것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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