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사와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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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농사와 자존감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1.05.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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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님의 책 《여덟 단어》에서 첫 번째 주제는 자존감(自尊感)입니다. 그는 독자에게 질문합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묻습니다. 자존(自尊)이라고 스스로 답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나를 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말하면 아모르파티(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의 결말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남과 다름을 잘못이라고 인식하고 두려워합니다. 각자는 각기 다른 생김새와 환경, 삶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외부의 시각을 기준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있습니다.

탁오(卓吾)라는 호로 유명한 명나라 사상의 이단아 이지(李贄, 1527~1602)는 신성불가침의 권위로 세상을 지배했던 공자(孔子)에 대하여 비판을 하여 목숨까지 희생당했습니다. 그는 그의 저서 《분서(焚書)》에서 나이 오십 이전까지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고 고백합니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둥근 달의 그림자를 보고 앞의 개가 짖으면 동네의 다른 개 모두가 영문도 모르고 따라 짖듯이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바른 인생입니다. 고된 인생길에서 견딜 수 있었던 원천은 자존입니다. 자존감이 낮으면 심리적으로 괴로움을 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말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것입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로 시인이면서 정치가인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조정에서 좌천된 오지에서도 미식가로서의 감각을 발휘 동파육(東坡肉)이라는 요리를 개발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이 요리는 중국의 대표 요리가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중 제가 존경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의 포도농사만큼은 전국 최고입니다. 도시 변두리에서 가난을 유산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똥지게를 짊어져가며 농사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는 겨우 중학교를 나왔습니다. 또래 친구들은 상급 학교에 진학을 하여 번듯한 직장을 다녔지만, 그는 군대 제대 후에도 손에서 농사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농사에 자기 인생을 건 그의 삶은 자신을 사랑한 인생길이었습니다. 해마다 다른 수확의 결과를 보고 원인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이제는 포도 분야에서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포도철에 그의 포도밭을 가면 풍경이 장관입니다. 한마디로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사람은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습니다. 인생에 정석이 없듯이 이처럼 자기 식대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자기 인생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다 보면 작은 점들이 이어져 별이 됩니다. 포도 생산 장인(匠人)인 그는 포도 분야에 별이 되었습니다. 포도 농사꾼 아무개를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고 사랑하며 살아온 그의 자존감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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