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 한 일본인을 생각해 냅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의 하얼빈역에서 이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합니다. 우리는 원수로 여기는 인물이지만 일본에서 볼 때는 일본의 역사를 만든 위인입니다.
이토 히로부미의 스승이며 아베 신조(安倍晋) 전 일본 총리의 정신적 지주가 있습니다. 그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입니다. 한일 양국의 외교적 갈등을 상징하는 야스쿠니 신사는 바로 요시다 쇼인 등을 기리기 위하여 세워졌습니다. 한반도를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도 바로 요시다 쇼인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이 동경 앞바다에서 개국을 요구하며 함포사격을 합니다. 젊은 사무라이들은 큰 충격을 받고 천황을 받들고 서양 세력을 물리치자(尊王攘夷)고 주장하며 하나의 큰 변혁을 일으킵니다. 그것이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입니다.
요시다 쇼인은 페리 함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으며 직접 바다에 떠 있는 미국 군함들을 찾아가 보고 그 웅장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에 미국 군함을 물리칠 수 있는 군사력이 없다는 사실에 한탄했습니다.
일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페리 함대를 통해 선진국 미국으로 가서 배우겠다고 어두운 밤에 조각배를 타고 함대에 접근합니다. 페리 제독은 죽음을 각오하고 대담하게 찾아온 일본 청년을 일본과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자 돌려보냈습니다. 훗날 페리 제독은 일본 원정기(日本遠征記)에 요시다 쇼인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고, 만약 모든 일본인이 이와 같다면 일본은 미국만큼 강대해질 것이라고 기술하였습니다.
쇼인은 법을 어긴 죄로 감옥에 갇혔고 그 속에서도 틈만 나면 국제정세들을 설명하며 간수(看守)나 심지어 죄수들에게 일본을 걱정하는 애국혼을 고취시켰습니다. 당시 쇼인의 주장은 일본의 극우세력의 주류 정신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내려옵니다. 그 후 쇼카손주쿠(松下村塾)라는 학교를 세우고, 일본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지극 정성(至誠)으로 가르칩니다.
당시 정치세력인 에도막부는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을 따르자는 요시다 쇼인을 요주의 인물로 지목하고 사형을 언도하였으며, 그는 야마토다마시(大和魂)를 외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쇼카손주쿠는 일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학교로 주목받습니다. 여기서 공부한 학생들 중 총리 2명, 장관 4명이 나와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요시다 쇼인은 지성(至誠)으로 최선을 다하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지성은 바로 지극한 정성, 지극한 노력을 뜻합니다.
나는 요시다 쇼인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뜩 듭니다. 이런 사람이 경쟁국가인 이웃 일본의 혼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끔찍합니다, 한편으로 그런 사람이 일본에 있다는 것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유의태가 허준의 망태기에서 쏟아져 나온 도라지 두어 뿌리를 주어 들고 그것을 아들 도지에게 내밀면서 도라지를 산삼처럼 이렇게 실낱같은 작은 뿌리 하나하나 까지 다치지 않도록 애써 캔 정성이 얼마나 가상한 일인가를 가르칩니다. 나라를 위해 지극 정성으로 일하는 것이나 약초를 지극 정성으로 대하는 것이나 정신은 같습니다.
힘과 정열을 쏟는 것은 농사도 똑같습니다. 농사는 오직 정성입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 지성으로 하여야 합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했습니다.
시설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크면 비닐하우스에 움막을 치고 그곳에서 24시간 생활을 같이 합니다. 온도나 습도, 환기나 물, 영양분 하나하나 온몸을 다하여 보살핍니다.
그분들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변변치 않은 거처가 마음에 걸립니다. 관청에서도 법을 떠나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농사용이라면 좀 더 크게 헤아려 농부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법 집행 시 배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