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장자의 도(道), 공자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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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장자의 도(道), 공자의 도(道)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12.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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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거협편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춘추시대 말기 노(魯)나라 출신의 유명한 도적패 두령 도척(盜跖)이 이렇게 설교합니다.

“도둑질에도 도(道)가 있습니까?”

“물론이다. 어디든 도 없는 곳이 있겠느냐. 방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아맞히는 게 성(聖)이다. 털러 들어갈 때 앞장서는 것이 용(勇)이다. 나올 때 맨 나중에 나오는 게 의(義)다. 도둑질이 성공할지 안 될지 아는 게 지(知)다. 훔친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게 인(仁)이다.”

공자(孔子)는 도(道)를 진리로 보고 마땅히 그래야 함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장자(莊子)에게 도는 개인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른 개별적이고 특수한 대상입니다. 흔히 말하는 도덕과 정의, 윤리에 대해 싸늘한 시선입니다. 자기만의 도가 있어야 하지만 도에 목숨 걸지 말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가면(假面)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기 가면을 쓰고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우리는 경쟁 사회에 버둥거리다 보면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잊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원래 자기 모습이 사라지고 찾지 못한다면 인간이 아닌 아름답지 않은 존재입니다.

연말이 되니 각종 시상이 있습니다. 부부가 말없이 성실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농사짓는 한 조합원이 있습니다. 집안 사정 때문에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아주 어릴 적부터 포도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최선을 다하여 짓는 모습이 40년 동안 한결같습니다. 저 농부 부부에게 모든 것이 진실입니다. 그 자체가 도(道) 같습니다.

어떤 직업보다 가면을 덜 쓰는 직업은 농사라고 봅니다. 좋은 씨앗을 선택하여 그 씨앗을 흙에 심는 것은 진리에 가깝습니다. 자기 본성을 전혀 잃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타인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 자신의 모습을 적절히 바꾸어가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농사는 비교적 자기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상을 타는 그 농부에게도 인간의 향기와 자연에서 나오는 풋풋함을 많이 느낍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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