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장자’와 아버지, 인생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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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장자’와 아버지, 인생의 가르침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12.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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厲之人 夜半生其子(여지인 야반생기사)
遽取火而視之(거취화이시지)
汲汲然 惟恐其似己也(급급연 유공기사기야)

언청이가 밤중에 그 자식을 낳고서
급히 불을 들어 비춰보았다.
서두른 까닭인즉 행여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서였다.


《장자》의 이 글에 대하여 신영복(1941~2016) 교수는 비통하리만큼 엄정한 자기 응시라 해석하고, 이것은 하나의 큼직한 양심이라 말합니다. 자기 전철(前轍)을 밟지 말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들이 아버지와 별로 많은 시간을 갖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날 많은 남성들의 가슴에는 자기들이 알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아버지의 내면세계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훌륭한 교사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는 열심히 일해야 식구들을 굶기지 않고 먹여 살릴 수 있는 농부였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농사일에 모든 정열을 쏟았습니다.

아버지는 대지와 하나 되는 느낌을 가지셨고, 곡식을 거두는 일에 큰 자부심을 느끼셨습니다. 그는 자연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땅에 어떤 것도 뿌리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퇴비가 부족하면 들판을 돌아다니시면서 얼어붙은 동물들의 배설물을 망태에 담아 밑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나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가지고 제 자신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장자》의 글처럼 자식에게 “자신을 담지 말라”라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절대로 너의 영혼만큼은 남에게 팔지 말라”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신 것은 소유나 소유의 성장이 아닙니다. 존재와 존재의 성장에 대한 것입니다. 언제나 이 대지를 존중하고, 어디에 살든지 나무와 하늘과 흙이 바라보이는 장소를 택하라는 뜻 같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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