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살아남은 소들이 건강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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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살아남은 소들이 건강하길 빕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8.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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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폭우로 물에 잠긴 구례군 구례읍 전경 /사진=구례군청

지난 8월 초에 내린 폭우는 우리나라 곳곳에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안타까운 한 장면은 전남 구례의 어느 농가 지붕 위에 피신한 소들이었습니다.

당시 축사가 물에 잠기면서 소떼가 물속에서 허우적댔고 간신히 목숨을 건진 소들도 지붕 위에서 전전긍긍했습니다. 그 지붕 위에 있다가 구출된 소가 새끼를 둘씩이나 나서 많은 사람을 기쁘게 했습니다.

얼마 후 들려 온 소식은 그 송아지가 상태가 안 좋아서 주인이 혹 잘못될까 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아닌 동물에게 자식만큼 진한 애정이 있습니다.

생텍쥐페리(1900~1944)의 《어린왕자》에서 주인공 어린왕자는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합니다. 그는 자기가 살고 있는 작은 별에 사랑하는 장미를 두고 세상을 보기 위해서 여행을 오게 된 왕자입니다.

어린왕자는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정원에서 많은 장미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살고 있던 세상의 ‘하나밖에 없는 장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울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여우는 어린왕자를 달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하지만 너는 이것을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너는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 흘릴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야.“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정말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속에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아마도 누군가와 함께 한 시간이 많을수록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가장 중요한 존재를 놓치며 살고 있습니다.

소 주인이 그 소를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소들을 위해 공들인 그 시간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소들에게 길들여집니다. 때론 그 소 때문에 눈물 흘릴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것이 책임입니다. 주인의 소망대로 강물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소들이 건강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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