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우리 농촌에도 ‘돈키호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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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우리 농촌에도 ‘돈키호테’가 필요하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12.14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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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중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중

《논어》에서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묻습니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어떠합니까?”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은 어떠합니까?”
“그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마을의 선(善) 한 사람이 좋아하고, 마을의 불선(不善) 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만 같지 못하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신영복 교수(1941~2016)는 타협과 기회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면서 오히려 한쪽에 손을 들어주는 파당성(派黨性)에 대한 지지로 해석합니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주체의식 없이 그저 다른 사람의 주장을 따르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미워하는 사람은 그의 행동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불편부당(不偏不黨)이나 중립을 흔히 높은 덕목으로 치지만 단순하게 지극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싸울 때의 중립이란 기회주의 보다 더욱 교묘한 치우침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모범생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머지않아 망할 거라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회통념상 모범생이라 함은 하라고 하는 것만을 잘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엉뚱한 발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CEO는 신입사원 연수 때 재무설계사나 공인회계사와 같은 스펙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괴짜 같은 사람이 보물 같은 인재라고 말합니다. 정해진 룰에 적응하기보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새로운 발상을 주문합니다.

한국에서 괴짜로 살아가기는 아주 힘듭니다. 그런데 남다른 업적으로 대중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어렸을 땐 부모 속을 많이 썩였습니다. 그들은 어찌나 고집이 센지 마음먹은 것은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습니다.

삼성이란 브랜드를 코카콜라만큼 유명한 브랜드로 만든 이건희 회장도 사실은 괴짜입니다. 세종대왕처럼 대국(大國) 중국의 한자를 버리고 우리글을 창조하듯 후진국가에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을 꿈꾼는 것은 엉뚱하고 어리석은 상상입니다.

이제 조용한 우리 농촌에 이런 괴짜가 출현하여야 합니다. 농촌에 활력을 넣기 위해서 범생이는 물러가고 비모범생들이 몰려와야 합니다. 시키지 않은 일만 골라서 하고, 실수가 많아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한번 빠지면 정신을 잃으며, 한번 붙으면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괴짜 같은 비모범생이 농업사회에 농촌에 등장하여야 합니다.

흔히 ‘돈키호테’는 미친 노인네나 바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는 바보가 아닙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진정한 도전자입니다. 이상과 같은 꿈을 향해 부모 하게 도전하는 용기 있는 자입니다.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변해갑니다. 그들은 자기를 세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불편함이 있지만 어딘가를 희망하며 멈추지 않고 흘러서 가는 강물입니다.

농촌에 농업 분야에 이런 괴짜 같은 진인(眞人)이 필요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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