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우리가 보지 않은 사이에도 꽃이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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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우리가 보지 않은 사이에도 꽃이 피고 진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8.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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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장맛비가 며칠씩 계속되면 보지 않은 사이에 꽃이 피고 집니다.

비가 그친 해 질 무렵, 꽃밭에 남모르게 피었다가 져버린 상사화(相思花)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있을 때는 잎이 없는 꽃입니다. 잎과 꽃이 서로 볼 수 없는 꽃이라 하여 상사화라 합니다.

상사화는 잎으로 있다가 시들어 사라지면 한밤중에 준비했다가 새벽에 불쑥 꽃대를 키우고 끄트머리에 핑크색 꽃을 매답니다. 비가 종일 내리고 바람이라도 불면 이 연약한 꽃은 바람에 상처를 입고 쓰러져 생을 마감합니다. 아주 짧은 생애입니다.

우리 곁에 있으면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사랑받으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텐데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하고 무심하게 떠납니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모든 생명은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본질적으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자(莊子)의 지북유편(知北遊篇)에 보면 장자는 노담(老聃)의 입을 빌려 공자(孔子)에게 말합니다. “인생은 문틈으로 지나가는 흰말처럼 순간일 뿐이라.”(人生天地之間 若白駒過隙 忽然而已)

고전문헌학자 서울대 배철현 교수는 짧은 인생을 ‘건축’이라 정의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이라는 집을 설계하고 짓는 건축가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스스로 감동할 만한 집의 설계도를 가지고 있을까? 어쩌면 다른 사람이 그려놓은 설계도를 훔쳐보며 허둥지둥 집짓기를 흉내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인생에 삶의 설계는 제각각입니다.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있고, 내키는 대로 살자는 마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생존경쟁을 넘어 너 죽고 나만 사는 결투의 험악한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야생초는 비록 누구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지만 제 모습으로 피고 지는 삶입니다. 인간의 삶도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키고 사람 냄새 피우며 사는 것이 야생초 같은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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