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딸바보 고리오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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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딸바보 고리오 영감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7.17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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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합원들의 나이 분포를 보면 저는 아래쪽에 자리 잡은 청춘 세대입니다. 60세 이상이 80%입니다. 대개 60세 정년에 가까워지면 또 다른 삶으로 농사를 생각합니다. 흙이 좋아지는 시기입니다. 자연의 순리로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100세 인생이라고 하지만, 80이 넘으면 아무래도 이승과 저승이 한 발짝 사이에 있는 느낌입니다. 어제 만났던 분이 아침에 세상을 떠나는 것입니다. 인생무상입니다.

돌아가시면 보통 한 달 이상 유산을 정리합니다. 그동안 출자금이나 배당금, 사업 준비금으로 조합에서 돌려주어야 할 고인의 몫이 있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생각보다 유산에 관심이 많습니다. 6개월 이상 합의가 안 되는 가족도 있습니다. 생전에 어느 정도 재산은 정리하고, 집과 같이 필수적인 것과 필요한 현금만 가지고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자식에 다 바치는 분이 있어 마지막 삶이 순탄치 않습니다. 자식바보인 분입니다. 특히 사업하는 자식이 있으면 사업의 실패에 따라 험한 꼴을 당할 수 있습니다. 꼭 한계를 긋고 살아야 합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1799~1850)는 그의 역작 《고리오 영감》에서 이 세상과 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속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고리오 영감은 밀가루를 만드는 제면업자(製麪業者)로 당시의 시류를 잘 타서 크게 부자가 된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는 아주 순수한 사람입니다. 자기가 최고로 여기는 가치에 온몸을 다해 바치는 인물입니다.

부인은 일찍 죽었고 딸들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고, 딸들의 불행을 자기 불행으로 여기고 못 견디는 사람입니다. 두 딸이 시집갈 때 전 재산을 절반씩 떼어서 지참금을 주고 명망가의 집안과 혼인시킨 후 자신은 은퇴합니다.

그런데 두 딸은 재산 없이 연금으로만 먹고사는 아버지를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고 외면합니다. 그러면서도 돈이 필요할 때는 아버지에게 손을 벌립니다.

자식을 목숨보다 사랑하는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팔아서 줍니다. 나중에는 자신의 종신연금까지 처분해서 딸들을 도와주고 빈털터리가 됩니다. 그는 죽어가면서 후회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내가 그 애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 애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거야. 돈을 손에 거머쥔 채 자식들에게 굴레를 씌워서 말고삐처럼 쥐고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나는 딸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으니…”

딸바보 고리오 영감이 왜 후회하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우리는 삶을 사는 동시에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무리입니다. 자신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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