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간밤 비바람에 복숭아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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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간밤 비바람에 복숭아가 걱정입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7.1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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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우는 바람 소리에 깨니 자정입니다. 장마에다 강풍이라니 복숭아 농가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복숭아꽃입니다. 핑크빛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봄볕에 아지랑이가 피고 복사꽃이 필 때면 봄이 무르익어 가는 표시입니다. 시골 고향을 상징하는 풍경입니다.

세상 농사 중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복숭아 농사입니다. 복숭아꽃은 냉해에 약합니다. 봄추위가 닫치면 하루아침에 끝입니다. 살갗도 약하여 병치레도 잦습니다.

7월이 돼서 수확기에 지금처럼 비가 오면 맛이 밋밋하여 시장에 팔기가 어렵습니다. 바람까지 불 때는 나무 아래 복숭아가 시체처럼 여기저기 뒹굴어 다닙니다.

농부들은 항상 최고를 바라지 않습니다. 풍년이 들면 가격이 하락되고, 흉년이 들면 팔 것이 없고 가격이 높아서 사 먹지 않습니다.

농부들은 중간을 원합니다. 풍년도 흉년도 아니고, 품값이 나오면서 도시 사람들이 사 먹을 수 있는 정도면 오케이입니다.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친 경험의 누적이 만들어 낸 틀인 주역(周易)에서는 중간(中正)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일 앞에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쟁 사회와는 사뭇 다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분들은 그저 중간만 지키기를 충고합니다. 중간은 무난한 자리입니다. 중간은 그물코처럼 앞뒤로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되는 자리입니다.

생산자도 좋고 소비자도 좋은 것은 중간입니다. 진짜 농부는 생산에 합당한 기쁨을 취하되 최고가의 위대한 즐거움을 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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