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인생은 5막 중 3막만으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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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인생은 5막 중 3막만으로 끝날 수 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8.13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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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8월이 되니 집안의 텃밭에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이제 끝이 보이는 생명이 있습니다.

이달에 들어서 장맛비가 그침이 없습니다. 무려 한 달가량 가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자기 심신과 맞지 않으면 쉽게 늙습니다. 며칠 전에 보았던 채소가 빗물에 녹아 주름이 가득합니다. 잎이 누렇고 그런 잎조차도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대개 식물들은 100일 정도 가는 것 같습니다. 지난 6월에는 오이도 가지도 천년 살 것처럼 가지를 줄기차게 뻗어 힘을 과시했습니다. 이제 그들의 삶을 끝맺게 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을 선택하려 합니다. 가을 무를 심을 예정입니다.

나도 참 무심합니다. 지난봄부터 초여름까지 잔뜩 관심을 주었던 것들을 포기하려 하니…. 그것도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생존의 시간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내 업보(業報)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 180)가 전쟁터에서 쓴 명상록이 떠오릅니다.

“너는 5막이 아니라 3막만을 마쳤을 뿐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연극과는 달리 3막만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처음에 여러 가지 것들을 결합해서 너를 만들어 낸 바로 그 존재인 창조자만이 너의 인생을 언제 끝낼지를 결정할 수 있고, 그 결정을 따라 너를 구성하고 있던 것들을 해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네가 태어난 것이나 죽는 것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연의 결정을 선의로 받아들여서 순순히 떠나라. 너를 떠나보내는 자연도 선의를 가지고서 너를 떠나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어떤 존재라도 죽는다는 것에 예외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경험하면서 비로소 존재가 무엇인지 느낍니다. 모든 활동의 적당한 때를 정하는 것은 자연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때를 기다려 초가을이 돼서 스스로 생을 포기할 때 그들의 생을 거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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