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귀농·귀촌 가로막는 토지가격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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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조합장 일기] 귀농·귀촌 가로막는 토지가격 상승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0.03.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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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땅을 샀습니다. 밭 400평. 그린벨트입니다.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이 목적입니다. 이 땅으로 조합에 가입하여 농협 조합장까지 되었으니 나에게는 소중한 땅입니다. 농지는 생산요소입니다. 그런데 농업 소득만을 올리기 위한 수단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19세기에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 있습니다.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인류는 진보했지만 왜, 여전히 빈곤한가’라는 문제의식에 열정적이고 진지하게 답하는 『진보와 빈곤』라는 책을 썼습니다.

단지 토지를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주들이 불로소득(不勞所得)을 얻는 것은 심각한 불의(不義)라고 주장합니다. 토지에서 불로소득을 얻지 못하게 하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한 사업가보다 공장 용지를 잘 선택한 사업가가 훨씬 큰돈을 벌었다”라는 이야기가 전국에 넘쳐납니다. 그는 토지를 공유화하거나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하되 순수하게 토지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라는 것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지시가 기준으로 10년 사이에 5.1% 상승했다고 합니다. 농지원부 발행의 최소 요건인 300평 농지를 소유하는데 2300만 원에서 3800만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구입하는 데는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새롭게 농지를 구입하여 창업하려는 귀농인에게는 부담입니다. 귀농이나 귀촌이 늘어간다고 해도 오히려 70세 이상 고령층은 10년 사이에 30.5%에서 44.3%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농촌의 활력을 약화시킵니다. 농지 가격이 상승하면 고령층들은 더욱 보유하려고 합니다. 또 투기의 대상이 되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젊은이들이 농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합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농노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던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는 암울한 러시아의 미래에 대하여 헨리 조지의 사상을 가지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장례식이 있던 그날 10만 명이 모였던 헨리 조지는 자신의 묘비에 그의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토지 가격 문제는 풀기 어려운 문제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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